강화도 삼량염전
고대 때부터 인류는 소금을 소중하게 여겼다. 소금을 곡물과 맞바꾸었고 세금을 소금으로 걷기도 했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는 소금물을 끓이다가 틀에 부어 굳혀서 황제의 인장을 찍어 화폐로 썼다는 기록이 있다. 어떤 나라에서는 소금을 금과 똑같은 비율로 교환하기도 했다. 고대 국가에서는 소금을 직접 관리하여 국가 재정의 수입원으로 삼았다.
소금은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식품 중 하나이다. 우리 몸 속의 체액 중에 0.9%가 염분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염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무기력증에 빠졌다가 죽음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소금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은 갖은 수단을 다 동원해 왔다. 네팔 상인들은 소금을 실어나르기 위해 야크의 등에 소금을 얹고 지금도 6, 7천 미터의 히말라야 산맥을 수개월에 걸쳐 도보로 왕래하고 있다. 중동의 사막에 난 길 중에는 소금을 실어나르는 대상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도 많다.
소금이 귀한 식품이라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인류는 동물의 내장과 바다 물고기, 어패류와 염생식물 등에서 소금 성분을 섭취해 왔다. 본초강목에서는 달고 짜고 차며 독이 없는 것으로 소금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체액 속에서 산과 알칼리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소금을 한의학에서는 약재로 다루어왔던 것이다. 명치 아플 때, 담과 위장의 열을 내리고 체한 것을 토하게 하고 지혈을 하는 데에도 소금을 사용했다. 소금은 독기를 다스리고 뼈를 튼튼하게 하는 작용도 한다.
살균작용을 하고 피부병에도 효과가 있다. 식욕을 돋우고 속이 답답한 것을 풀고 뱃속의 응어리를 터뜨리며 부패를 방지하고 냄새를 없앤다. 대소변을 통하게 하고 다섯가지 맛을 증진시킨다. 이처럼 소금은 식품으로서만이 아니라 약성을 가지고 있어서 치료제로도 사용되어 왔던 것이다.
제염 기술이 점차 발달하여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얻거나 화학 처리를 해서 가공염을 만들기까지 한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바닷물을 증발시켜 채취한 천일염이 식용으로 쓰기에 가장 적합하다. 천연 미네랄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1957년 삼산면 매음리 연안 일대가 윤철상씨에 의해 매립되어 어류정도가 석모도에 접속됐다. 240ha에 이르는 매립지는 삼량염전으로 바뀌어 연간 4천 톤씩 소금이 생산되어 왔다. 강화 연안은 한강, 임진강, 예성강이 흘러들고 있어서 염도가 낮은 것이 특징인데 삼량염전에서는 바로 이 바닷물을 끌여들여 소금을 채취한다. 따라서 삼량염전 천일염이 타 지방 소금보다 염도가 현저히 낮아 미네랄이 풍부하고 쓴맛이 없으며 달다.
인천 지역 사람들을 두고 '짠물'이라고 부르는 속어가 있다. 이 지방에 염전이 많아서 붙여진 별칭일 것 같다. 일제가 1907년에 인천 앞바다 갯벌에다 최초로 천일염전을 만들 때 삼량염전도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에는 인천 연안의 천일염전에서 생산되는 소금의 양이 전국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번성했다. 그러나 당시 100여 곳이 넘었던 인천과 경기지방 염전이 지금은 60군데 밖에 남지 않았다. 전체 면적은 712만 8천여 평에서 81.3%가 감소한 133만 5천 평으로 줄어들었다. 생산량 또한 12만 톤에서 무려 2만 9천여 톤으로 감소했다.
인천시 소래포구의 150여만 평이나 되는 염전이 용도변경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영종도, 용유도, 시화호 일대의 염전들도 공항이나 방조제 부지 조성 등의 이유로 생산이 중단된 상태이다. 수입산 소금과의 가격경쟁력 측면에서의 열위, 대규모 매립 간척공사, 산업화에 따른 오염으로 인한 원수확보의 어려움, 해안선을 따라 벌어지는 개발사업 등의 요인으로 인천 연안의 염전들은 점차 자취를 감추어가고 있다.
2001년 이후부터는 국내산 천일염을 보호하기 위해 부과하던 외국산 소금에 대한 수입부담금이 폐지된다. 또한 천일염전이 폐업할 때 1ha 당 1350만 원씩 지원되던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아 염업계의 고충이 한결 깊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국산 천일염의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폐염전 지원금과 수입부담금을 적어도 몇년 간 더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드높다. 더불어 수입산 소금을 국내산으로 속이지 못하도록 원산지표시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2002년부터 정부의 염전사업비 지급(1ha 당 1천만 원)도 중단되어 염전은 더욱 빠른 속도로 없어질 전망이다. 염업조합 관계자들은 수입산 소금이 염도가 높아 물에 잘 녹지않고 쓴 맛이 강해서 우리 입맛에 맞지 않는다며, 가정용 소금만이라도 우수한 국내산 천일염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소비자보호원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가공염 11종 가운데 8종에서 0.10-0.39ppm의 납 성분이 검출되었다. 검출물이 기준치 이하라고는 하지만 가공염을 먹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기에는 충분한 수치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2002년 1월부터는 기업활동 규제완화 특별조치법에 따라 소금에 대한 품질검사가 면제될 전망이어서 국민 건강이 더욱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이제 경인지구에서 삼량염전 만큼 드넓고 청정한 염전은 볼 수가 없게 되었다. 삼량염전은 면적이 30여 만평인 곳이다. 1962년도에 완전히 민영화된 이래로 한 사람의 설립자가 운영해왔었다. 그러나 치솟는 인건비와 생산비에 비해 소금값이 계속해서 제자리걸음을 한 탓으로 심각한 운영난을 겪었고, 1990년도부터는 염전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임대를 내주게 되었다. 현재 소금을 저장해두는 염막은 모두 12개인데, 염막마다 운영자가 제각기 다르며 2-3명 정도의 일꾼을 두고 있다.
아직까지는 천일염생산이 계속되고 있으나 삼량염전 또한 활기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설립 초기에는 1정보 당 50-60톤의 소금이 올라왔지만 이제는 시설노후와 인력부족으로 40톤 정도만 생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생산활동이 점차 위축되어 온 삼량염전의 앞날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석모도의 전통깊은 사찰 보문사를 비롯하여 매음리 일대가 관광개발지구로 선정되어, 머지않아 삼량염전은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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