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농사 정보

귀농, 아름다운 삶을 찾아서

강화도농부 2011. 7. 2. 23:49


귀농, 아름다운 삶을 찾아서

이 병 철

우리는 왜 농촌으로 농업으로 돌아가고자 할까? 도시의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경쟁사회에서 탈락하여 다시 농촌으로 도피하려는 것인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새로운 삶을 선택하기 위한 전환인가? 다가오는 21세기를 코앞에 둔 시점에 농업이 갖는 시대적 의미는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선택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갈수록 더욱 분명해지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가 누려왔던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산업문명체제가 이제 더 이상 이런 식으로는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마실 물과 숨쉴 공기를 오염시키고 모든 생명의 어머니인 땅과 강과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고 죽음으로 몰아 넣으면서 그 속에 사는 우리는 더 이상 건강할 수도 행복할 수도 결코 없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저마 어떤 형태로든 자신의 존재를 실현해 가고자 애쓴다. 우리 모두가 다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에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자신의 존재를 충실히 실현하는 것일까? 사실 우리의 지난 삶을 되돌아보면서 과연 어떻게 사는 것이 건강한 삶이고 행복한 삶인가 를 생각한다면, 특히 반(反)자연적인 산업문명의 위기와 도시 문명 속의 불건강과 폐해를 바 로 본다면 그래서 삶의 참다운 의미와 즐거움을 찾아서 자아를 구현하면 인간성을 지키고 자연의 신비를 이해하는 삶을 추구한다면, 땀 흘리는 노동을 통해 건강하고 정직한 삶을 살 고자 원한다면, 흙과 함께 사는 삶이야말로 거의 유일한 대안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삶과 문명의 새로운 구주조정을 위하여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는 단지 경제 위기에만 국한되지 않은 산업사회와 물질문명 에 기반한 삶전체의 위기임에 틀림없다. 따라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단순한 경제 중심의 산업 구조조정을 넘어서 삶과 문명에 대한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해야만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지금이야말로 건강한 삶, 주체적이 고 자립적인 삶을 실현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우리는 왜 농업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돼는 것일까? 지금 우리가 농촌으로, 흙으로 돌아 가지 않으면 안돼는 가장 우선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먼저 우리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이 다. 우리는 지금 매우 불안하다. 물질적 풍요와 편리함, 그리고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면서도 갈수록 건강과 생존에 대한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또한 그것은 생명경시 풍조와 환경 생 태계의 파괴로 인한 생존 위기와 인간성 파괴라는 병리현상으로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 도시 중심의 반자연적인 구조와 경쟁주의와 분열되고 파편 화된 삶이 갖는 불안감이 얼마나 심각한 정도인지, 그리고 그 토대인 도시문명, 산업문명의 위기가 얼마나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고 있는지는 갈수록 더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 잔의 물조차 안심하고 마실 수 없게 되었고 대기를 호흡하는 것도 마음 편히 할 수가 없 게 되었다. 우리를 폭력적이고 반사회적인 범죄자로 만드는 환경생태계의 위기 속에서, 이제 는 생명마저 존엄성이 철저히 유린된 채 한갓 상품으로만 취급되는 물질중심의의 생명 경시 속에서 우리가 그토록 추구해 오던 도시문명의 물질적 풍요로움과 화려함이란 과연 어떤 의 미가 있는지를 되묻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물질적 풍요로 대변되는 문명의 진보라는 것이 인간의 실존적 불안에 대해 어떠한 해답도 제공하지 못했다는 지적처럼, 결국 자연생태계의 파괴와 유한한 자원의 낭비와 파괴적인 삶의 방식이 초래한 이같은 위기는 이제 그 속에 사 는 개인의 위기를 넘어 전 인류, 전 생명계의 위기로 재앙이 전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러므로 우리가 농촌, 농업으로 돌아가는 것은 이같은 도시중심의 현대문명의 위기와 심각한 환경생태계의 위기로 인한 재앙으로부터 살아남아 건강한 삶을 도모하며 나아가 새로운 대 안 문명을 실현하기 위해서이다.

식량위기 시대의 생존을 위하여

이제 식량 위기는 결코 다른 나라의 이야기나 훗날의 걱정이 아닌 지금 바로 우리에게 닥쳐 와 있는 가장 절박한 생존 문제가 되었다. 식량위기는 환경생태계의 위기와 더불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가장 치명적인 재앙이 된 것이다. 이미 세계적인 식량위기는 급격한 경작 면적의 감소, 토양생산력의 상실, 농업생태계의 파괴, 식(食)문화의 변화, 인구증가 등으로 갈수 록 심화되어 왔는데다가 이제는 지구온난화 등의 기상재난까지 겹쳐 더욱 심각한 상태로 치 닫고 있다. 엘니뇨현상 등에서 보듯이 빈발하는 기상이변과 재난은 최근 들어 해마다 연 6%이상 증가되고 있는데, 이로 인한 식량생산의 피해는 참으로 심각한 상태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심화되고 있는 세계 식량 위기 속에서 우리 나라의 식량 자급도가 25%에도 못 미치는(96년, 그나마 주식인 쌀을 제외하면 5%에 불과) 지극히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으 며, 이에 대한 대비책이 거의 전무하다는 데에 우리 생존의 절박성이 놓여 있는 것이다. IMF사태가 단순히 외환부족이라는 차원을 넘어 민족생존의 위기로 심화되는 원인은 이처럼 외국돈으로 식량을 사오지 않는 한 우리목숨 줄을 당장 부지 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 때문이다. 그 비극적인 사례가 바로 휴전선 너머에서 지금도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는 수 많은 북녘 동포들의 참상을 통해 생생히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북녘 동포들 의 비극은 휴전선 너머의 불행이 아니라 바로 내일 우리의 비극이고 참상이 될지도 모른다 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대안은 무엇일까? 그것은 결국 이 땅에서 식량의 자급도를 높 이는 길뿐이다. 세계적인 식량위기 속에서 그리고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는 조건 속에서 설혹 식량을 사올 수 있는 외환이 충분하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결코 안정적인 국민의 생존을 보장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같은 식량위기 속에서 농촌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곧 기아의 시대에서 자신의 생존을 도모하는 일임과 동시에 식량생산을 통해 식량 자 급도를 높임으로써 절박한 민족생존의 우기해소에 기여하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흙과 함께 하는 자립적인 삶을 위하여

우리의 농촌에서 어린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은지는 이미 오래된 일이다. 60년대부터 시작된 이농으로 인해 지금 우리 농촌에는 제대로 농사 지을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이 거의 없다. 1970~80 연대에는 한 해 평균 이농자가 40만 명을 넘어섰고 이같은 경향은 90년대에 들어서도 계속되어 90년 이후의 이농자만 이미 200만 명을 넘었다. 1995년 현재 총인구는 4479만 명인데, 이중 농가 인구는 총인구수 대비 10.8%(90년 15.5%) 에 불과한 484만 명으로 인구 감소가 극격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여기서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농이 거의 대부분 젊은 사람들 중심으로 이루어져 농촌 인구 의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85년도에는 60 세 이상의 비율이 13.8% 이던 것이 94년도엔 25.3%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농촌 인구의 절대적 감소와 고 령화는 필연적으로 농촌사회의 붕괴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농사를 지을 젊은이들이 거의 떠나 버려 영농 후계 인력도 10%정도에 불과한 상황 임에도 그나마 남아 있는 소수의 젊이들조차 대부분이 농사의 보람과 가치를 상실한 채 실 의와 좌절 속에서 고통받고 잇다. 농촌 지역 마을의 심장인 학교는 학생들이 없어 폐교되고 (91년-95년까지 5년동안 농촌지역의 1257개의 학교가 폐교됨)빈 집과 묵혀버린 땅과 노인들 만 늘어가는 가운데 마을공동체 또한 거의 대부분 해체되고 있다. 인류의 재앙은 산업사회를 통해 농업을 포기한 데서 시작되었다는 말처럼 우리가 다시 살려 면 분명히 농촌과 농업을 살려야만 한다. '생명은 먹거리에 의해 유지되고 먹거리는 농업에 의해 유지된다. 생명들이 모여 있는 사회에 문제가 있다면 그 원점인 먹거리와 농업에 문제 가 응축되어 있는 것이다' 라는 지적처럼 결국 농업, 농사가 바로 서지 못하기 때문에 세상 과 사람들이 잘못되고 있는 것이다. 균형 잡힌 사회 배분을 위해서는 농업 경제에 30% 농산물 가공, 농기계 등 농업관련 부분 에 25%의 인구가 종사하여 적어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농업과 관련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 한바 있다. 이는 우리의 생명은 농업과 자연에 근거해 있으며 그리하여 땅과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자립적인 삶과 그러한 문명체계만이 생존의 위기와 문명의 위기에 대한 대안임을 명 백히 적시(摘示)해주는 것이다.

상생과 순환의 문명을 위하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이 위기가 자연을 파괴하고 폐기물을 양산하는 생활양식에 대한 근 본적인 전환 없이는 극복될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하다면 결국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자 체를 바꾸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다. 물질가치 중심에서 생명가치 중심으로 대립과 분열, 경쟁과 갈등의 구조에서 조화와 일치, 협동과 화해의 구조로 쓰고 버리는 삶이 아니라 물건 을 소중히 여기며 다시 쓰는 삶으로 그래서 죽임과 단절의 문명에서 상생과 순환의 문명으 로 새롭게 바꾸어 내야 하는 것이다. 곧 상생과 순환의 가치관이 사회적 관계뿐 아니라 인 간과 자연간의 관계에도 새롭게 정립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자연을 약탈하는 데 기반을 둔 반생명적인 산업문명에 대한 유일한 대안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생 조화하는 유기 순환적인 농적 문명임이 자명하다. 그러므 로 이 시대의 농사의 의미란 도시 산업 문명 속에서 지치고 병든 우리의 심신을 건강하게 회복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식량위기 속에서 민족 생존을 위한 자립도를 높이는 것이며 돈 벌이 수단으로 전락하여 비료, 농약, 비닐 등으로 죽어 가는 땅과 밥상을 살리는 길이고, 젊 은이가 없어 생기를 잃고 시들어 가는 농촌에서 다시 신명과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기도 하 다. 그래서 이 땅의 농촌이 산업 사회에서 버림받은 땅, 천시 받고 외면 당하는 천직(賤職) 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생명을 낳고 기르는 생명의 터전이자 생명산 업으로서의 본래의 의미를 실현하도록 하는 것이다. 흙을 살리고 개울을 살리며 풀벌레와 어울리는 상생적인 생태질서 속에서 생명을 함께 나누 는 삶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도시와 농촌이,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울리는 새로운 대안문 명, 상생순환의 농적문명을 창조해 내는 것이 우리 자신의 건강한  과 가치를 실현하는 것 이며 우리 아이들과 겨레와 인류의 건강한 내일을 준비하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