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음식을 즐겨 먹는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서구인에 비하여 심장병, 동맥경화, 골다공증, 암과 같은 각종 성인병의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한다. 삼국사기를 보면 신라 신문왕이 왕비를 맞을 때 보낸 예물 가운데 장이 포함되어 있었고 고려 때에는 거란족의 침입으로 고통 받는 백성들에게 소금과 된장을 나눠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또한 중국의 역사책에도 고구려 사람들은 장을 잘 담근다고 수록되어 있다.
이와 같이 콩 종주국인 우리 민족은 오랜 옛날부터 주식과 함께 장(된장, 청국장)을 중심으로 한 다양한 종류의 콩 음식을 먹어왔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콩 소비량은 경제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꾸준히 증가하여 70년도에 1인당 5.3kg이던 것이 2000년대에는 9kg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그러나 현재 국내 생산량은 70년대의 절반수준인 12만t에 불과하다. 식용콩의 연간 소비량 40만t을 기준으로 보면 약 28만t, 전체 식용콩 소비량의 70%는 수입산이다. 대다수 국민들이 유전자변형콩과 식품 안전성 때문에 국산콩을 찾고 있지만 생산농가의 자가소비와 계약 수매용 등을 제외하면 실제 시중에 유통되는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국산콩 구입이 쉽지 않다. 믿을 수 있는 국산콩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산지에서 직거래하거나 시군에서 인정한 브랜드인지를 꼼꼼히 챙겨 보아야 한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값싼 수입산 보다 국산콩을 선호하는 배경에는 우리 콩이 좋다는 믿음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 콩의 무엇이 어떻게 좋은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현재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는 세계 콩 생산량의 70%이상을 점유하고 있는데 이들 나라는 GM콩을 90%이상 재배하고 있다. 또한 콩의 생산목적이 착유와 사료용이기 때문에 저장, 운송 과정에 있어서 일반 식품원료처럼 철저한 수확 후 관리를 하지 않고 있으며 장기간 수송과 저장을 위해서는 방부제 등의 약품처리가 수반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산 식용콩을 해마다 5만t 가량 도입하고 있는데 중국은 유전자변형작물을 380만ha재배하고 있고, 자체적으로 GM콩을 개발하여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또한 중국의 콩 생산과정과 수확 후 관리실태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없지만 농산물과 식품관리실태가 우리나라에 비해서 낙후된 실정이다. 특히, 콩은 알곡상태로 유통되기 때문에 수확 후 건조, 저장, 유통과정이 청결하지 못하면 중금속, 미생물, 각종 유해물질에 노출되기 쉬운 특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로 인하여 국민들은 수입콩의 식품 안전성에 대하여 불신과 불안감을 갖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식품 안전성외에 내세울만한 국산 콩의 우수성은 과연 무엇인지를 알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오랜 옛날부터 다양한 콩 음식문화를 꽃피어 왔고 그에 따라서 콩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게 분화되었다. 콩알이 작고 발아가 잘되는 품종은 콩나물용, 종피가 얇고 알이 굵은 콩은 두부제조와 장 담그는데 이용했으며, 검은 콩으로 속이 푸른 ‘서리태’는 맛이 좋아 밥에 넣어 먹어왔다. 또한 검정콩으로 콩알이 작은 쥐눈이콩은 민간의료에서 약콩이라 하여 노화방지, 고지혈증, 신장질환 치료 등에 활용하였고, 콩알이 크고 단맛이 많은 조생종은 풋콩으로 쓰여왔다.
이와 같이 쓰이는 용도 외에도 우리 콩의 우수한 점은 많이 있다. 콩의 주요 성분인 단백질 함량은 한국 40%, 미국 36%이며, 우리 콩은 종피가 얇고 배꼽색이 황색이어서 품질이 좋은 된장이 된다. 경북도 보건환경연구원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우리 콩의 기능성 성분(이소플라본, 폴리페놀, 사포닌)이 중국산에 비하여 1.4~1.5배 정도 높고 검정콩의 안토시아닌함량은 4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에는 농촌진흥청이 토종 콩에서 당뇨예방물질을 찾아냄으로서 우리 콩의 우수성을 다시 한번 더 입증하였을 뿐 아니라 식의약 산업 소재로서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된 것이다. 수 천년 동안 우리민족과 더불어 애환을 함께하면서 이 땅을 지켜 온 우리의 콩이야말로 한국농업의 미래와 국민의 건강을 지켜 나갈 고유한 문화자산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농촌진흥청 두류유지작물과장 박금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