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여행지, 담양 명옥헌(鳴玉軒) - 붉은 배롱나무 의 숲, 명옥헌 풍경
담양의 명옥헌(鳴玉軒)은 아주 담백하고 편안한 전통 정원이라 할 수 있다.
담양의 가사문화권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가장 아늑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정원이 이 명옥헌이다.
정원은 약간 구릉진 높은 곳에 명옥헌 정자가 들어서고 그 아래 우리 전통 양식의 연못인 ‘원도 방지(圓島 方池, 둥근 섬과 방형, 즉 사각형의 연못)이 있다.
옛날부터 방형, 즉 사각형은 땅을 의미하고 원형은 하늘을 의미해서, 우리나라는 사각형의 연못 가운데에 둥근 섬을 두는 형태의 연못을 꾸몄다.
경복궁 경회루 앞의 큰 연못도 이와 같은 형태이다. 명옥헌을 만든 사람은 오명중이라는 사람으로, 그의 아버지 명곡 오희도가 세상을 떠나 살던 이곳에 정자를 짓고 연못을 만들었다고 한다.
명옥헌은 주변에 배롱나무와 동백 그리고 소나무들이 적당히 자리를 잡고 있는데, 여름이면 활짝 핀 배롱나무꽃으로 아주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이렇듯 간략한 구조의 명옥헌이지만 찾는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편안하게 주는 힘이 있는 곳이 이 명옥헌이다. 주변에 있는 소쇄원만한 명성을 얻지는 못하지만, 담양의 정자문화권을 돌아볼 때면 빠뜨릴 수 없는 곳이 이곳이라 할 수 있다.
또 명옥헌 입구인 후산마을 앞의 연못도 아주 운치가 있다. 연못가에 오래된 아름드리 왕버드나무들이 서 있어 멋진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2010년 6월 국가지정문화재(명승)로 지정됐다.
옥 부서지는 물소리 흐르는 명옥헌 원림에 피어난 꽃구름
옥 부서지듯 흐르는 물소리가 있어 명옥헌(鳴玉軒). 이 곳에 못을 파고 나무를 심은 이는 이정 오명중(1619∼1655)이라는 조선조 선비. 그의 아버지 오희도가 광해군 시절 어지러운 세상을 등지고 이곳에 은거하던 중 인조 때에 이르러 벼슬에 나아간 지 1년 만에 돌아가시자 생전의 뜻을 기려 아버지가 거닐던 자리에 정자를 짓고 조촐한 정원을 만들었다 한다.
계곡물을 받아 담은 연못이나 절로 생겨난 듯한 작은 섬도 한결같이 뜻을 담아 지은 것. 네모형의 못 가운데 둥그런 섬을 앉힌 데는 천지음양의 조화가 담겼다 한다. 그처럼 깊은 뜻을 흔적 없이 자연스럽게 보태 놓은 옛 사람의 마음씀으로 오늘 이 연못 안에 또 하나의 꽃마을이 펼쳐지고 세상에 지친 마음들이 예 와서 이 깨끗한 꽃그늘 아래를 서성인다.
심은 이의 뜻을 뿌리에 두고 저 혼자 풍상을 겪어낸 오래된 배롱나무들. 긴 세월 건너오며 얼마나 많은 이들의 가슴에 위안으로 기쁨으로 다가갔을까.
“이 꽃이 세 번을 피고 나믄 쌀밥을 묵는다고 쌀밥나무”
배롱나무는 꽃만 이쁜 것이 아니어서 가지는 약으로도 효험이 있다고 소문이 났더란다. “물 들여다보고 있는 놈들 중에서 동쪽으로 뻗은 놈, 왜 그런가는 몰라도 동쪽으로 뻗은 놈이라야 한다드만, 그 놈이 여자한테 좋은 약이라고 그래.”
마을 사람들이 지킨다고 지켰어도 전에는 모르게 알게 꺾여 나간 가지들이 꽤나 많았던 이유다. 지난 1980년 문화재로 지정되고부터 “못 끊는 것으로 알고 포기들을 해 주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싶은 게 동네 사람들의 한가지 마음. 배롱꽃 질 무렵 쌀밥 먹는다고 ‘쌀밥나무’라고도 부른다.
“이 꽃이 세 번을 피고 나믄 쌀밥을 묵는다고 말이 그래. 전에는 모다 배 고픈 시상을 산게 쌀밥 소리만 들어도 좋았제. 근게 배롱꽃 피믄 젤로 반가왔어.”
꽃백일홍과 다르다고 나무(목)백일홍 혹은 백일홍나무, 보라빛 꽃 핀다 하여 자미화(紫微花), 그 매끈한 줄기를 건드리면 이파리가 파르르 떨면서 움츠러드는 것이 간지럼을 타는 것 같다 해서 간지럼 나무, 일본 이름으로는 원숭이가 미끄럼타는 나무. 그런 이름들 다 놔두고 “오매! 쌀밥나무 꽃 피었다!”고 좋아라 바라
봤던 나무. 한 꽃 시들고 나면 반드시 또 한 꽃 피워낼 줄 아는 그런 힘으로 폭폭한 세상을 건너온 이들을 닮은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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