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문화강국으로 자리매김해 주는 중요한 원동력이 있습니다. 바로 ‘한(韓)스타일’인데요. 한(韓)스타일이란 우리 문화의 바탕이 되는 한글, 한식, 한복, 한옥, 한지, 한국음악 등 6가지를 말합니다. 그리고 점점 세계도 '한 스타일'의 그 아름다움과 우수성에 반하고, 그 매력에 빠져들고 있지요.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복.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작 우리나라 사람들은 실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혜순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한복의 매력과 직접 경험한 한복에 대한 세계인의 반응을 들어보고, 한복의 매력을 재조명해봅니다.
한복,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요.
<한복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한복을 입고 20년 동안 한복 디자인을 해오고 있는 이혜순 디자이너>
정부가 국가브랜드를 높이기 위해 6가지의 한(韓)스타일을 선정하고 세계화를 추진하고 있는데요. 특별히 한복은 어떤 점에서 우수한지 궁금합니다.
“일단 한복은 친환경적이에요. 식물의 껍질, 누에고치 명주, 목화솜 등 자연에서 실을 뽑아서 그 실로 짠 원단에 염색을 예쁘게 하죠. 한복은 또 스스로 라인을 만들어 줘요. 서양 옷처럼 여자들의 체형을 강조해 가슴, 허리, 엉덩이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옷 자체가 라인을 만들어 아름다움을 표현하죠.
일상복으로 만든 한복에는 입는 사람에 대한 배려도 있어요. 예를 들어 한복의 깃은 서양의 와이셔츠처럼 조이지 않으면서 단아한 느낌을 전해 주죠. 한마디로 입었을 때 편안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배려들이 곳곳에 숨어 있어요. 이런 것들이 바로 제가 한복을 입고 생활하면서 느낀 감탄과 감동이고 20년 동안 한복 디자인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랍니다.”
해외에서도 한복에 대한 반응이 굉장히 뜨겁다고 들었습니다. 실제로 해외 디자이너들이 한복을 보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궁금합니다.
“지난해 G20의 일환으로 ‘C20’이라는 문화 행사 때 한복쇼를 열었어요. 외국인이 관람객의 80퍼센트 이상이었는데 쇼가 끝나고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그 중에는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드레스를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한 터키 디자이너 제밀 이펙치 씨도 있었는데 저를 ‘한국이 지켜내야 할 보물 같은 존재’라고 얘기했다고 해요. 이런 기립박수와 칭찬은 제가 아니라 바로 한복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한복의 우수성과 아름다움, 그러나 막상...
전 세계적으로 한복이 인정받고 있는 걸 봐서 세계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한복의 세계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말 중요하죠.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우리 것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는 거예요. 우리가 먼저 한복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자긍심을 가진 후 세계화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렇다면 우리가 한복에 대해서 자긍심을 갖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실 평소에 한복을 한번 보기도 힘든 게 현실이에요.
“맞아요.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어머니가 한복 입고 나가시는 모습을 종종 봤지만 요즘 젊은 친구들은 한복을 접할 기회가 굉장히 적습니다. 심지어 결혼할 때 한복을 처음 입는 경우도 있죠. 한복이라는 문화가 단절돼 버린 거죠.
가끔 대학교에 특강을 가면 학생들에게 한복 하면 뭐가 떠오르는지 물어봐요. ‘색이 예뻐요, 선이 고와요’라고 하다가 마지막엔 꼭 ‘불편해요’라는 말이 나옵니다. 그러면 제가 한복 입어 봤냐고 묻죠. 많은 학생들이 입어 본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안 입어 보고 어떻게 불편한 걸 알죠? 제가 아무리 한복 디자이너라고 해도 한복이 불편했다면 20년을 한복만 입고 살지 못했을 겁니다. 우리 젊은 친구들도 무조건 한복이 불편하다 생각하지 말고 직접 입어 봐야 해요.”
앞서 말씀하셨듯이 한복은 입는 법이 복잡하고 비싸 특별한 날만 입는다는 이미지가 강한데요. 일본의 기모노나 중국의 치파오처럼 한복도 평소에 입을 수 있게 활성화할 순 없을까요?
“일본의 기모노나 중국의 치파오는 예복과 평상복이 따로 있습니다. 예복의 경우 굉장히 화려하고 장식도 많죠. 한복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복과 평상복이 따로 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모두 예복만 생각하기 때문에 평소에 입을 생각을 못하는 거예요.
결혼할 때, 면접 볼 때, 친구 만날 때, 운동할 때 등 때에 따라서 입는 옷이 다 다르잖아요. 서양식 옷들은 이렇게 때에 따라서 입을 옷을 다 구비해 놓고 한복은 항상 예복을 입는 것만 생각합니다. 일상복 라인의 한복이라면 평소에 입는 것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겠죠?”
한복 웨딩 드레스, 일년에 하루는 한복 입는 날, 어떨까요?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이혜순씨의 작업실에 가득한 고운 옷감과 아름다운 한복>
선생님이 운영하시는 ‘담연’ 홈페이지에서 한복 웨딩드레스를 봤는데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한복 웨딩드레스는 어떤 것인가요?
“요즘 결혼식에 가 보면 다들 서양식으로 결혼을 합니다. 결혼식이 끝나면 신랑, 신부와 양가 부모님들이 따로 폐백을 하는데, 폐백이 사실 우리나라 전통혼례 문화예요. 담연은 이런 전통혼례 문화를 이어 가는 공간으로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한복 웨딩드레스예요. 예전 결혼식 때 입던 한복에서 색을 바꾸고 비율을 조절했죠. 기존의 전통혼례복인 빨간색, 파란색에서 벗어나 요즘 사람들의 기호, 체형, 생활 패턴에 맞게 제작한 것이 제가 만든 한복 웨딩드레스입니다.”
한복 웨딩드레스는 인기가 많을 것 같은데 실제로 이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한복 웨딩드레스를 찾는 사람이 아직은 많지 않습니다. 보통 1년에 두 팀 또는 한 팀도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왜 한복으로 드레스를 하지’라고 생각했던 분들이 직접 입어 보고는 감동해서 작은 선물과 함께 찾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테이블 위에 꽃바구니를 지목하며) 저 꽃도 선물 받은 거예요. 고객분이 혼사 예쁘게 잘했다고 떡하고 함께 주셨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한글날’처럼 ‘한복 날’도 있으면 좋겠어요. 선생님께서는 한복 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복 날이 생기면 너무나 좋죠. 휴일까지는 아니어도 모두가 하루 정도 한복을 입고 생활하는 한복 날이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사람들에게 결혼기념일에 한복 입고 데이트하라고 권하거든요. 결혼할 때 다들 한복 한 벌씩 지었으니까 결혼기념일마다 한복 입고 데이트하는 거죠. 웨딩드레스를 입고 데이트할 수는 없으니까. 어때요? 우리 이것부터 한번 힘써 봐요.”
<이 글은 대한민국 정책포털 공감코리아에서 발행하는 위클리공감(6.22일 발행, 114호)에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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