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할 땐 강화풍물시장으로 오세요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할 때 느끼는 묘한 흥분과 긴장, 그래서 여행은 무기력한 생활에 자극제가 된다고 하나 봅니다.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낯선 곳에서의 시간들,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거리와 풍물들... 그렇지만 훌쩍 여행을 떠나기에는 내일의 일상이 부담스럽습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 아무 시외버스나 무작정 타고 종점까지 가 보세요. 타고 가다가 마음이 흐르는 곳을 만나면 종점이 아니더라도 그냥 내립니다. 사람이 많지 않은 한적한 시골길을 걸으며 생각에 나를 맡깁니다. 지나간 시간, 낯선 곳에 서 있는 나, 지금 남아 있는 것은 무엇인가... 어디로 가는지, 여기가 어딘지 알 필요도 없습니다. 단지 내 자신과 이름 모를 가로수, 그리고 귓가에 흐르는 워크맨의 음악이면 충분하니까요.
우리는 때로 다른 사람들의 삶에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저는 우울할 때, 왠지 무력감에 빠져 있는 자신을 느낄 때, 살아간다는 것이 자신 없을 때, 시장을 찾아 갑니다. 그 곳은 낯설고도 익숙한 충격입니다. 모두가 잠든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 까지 많은 사람들이 땀흘려 일하고 있는 모습이 신선한 자극제가 됩니다. 씩씩하고 건강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시장사람들을 보면 쉽게 포기하고 쉽게 용기를 잃는 내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집니다. 활기로 가득찬 시장의 공기를 호흡하고 싶은 분들께 강화풍물시장을 소개드립니다.
강화읍 시외버스 터미널 앞에 위치하고 있는 강화풍물시장은 강화의 재래식 시장을 깨끗하고 편리하게 개조하여 지금은상설시장으로 변모하였지만, 예전부터 이 지역 영세상인들과 서민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온 시골장터입니다. 이 곳에서는강화도의 특산물, 철따라 나오는 채소와 과일, 일상잡화 등 각종 물건을 구입할 수 있습니다. 특히 2일과 7일 장날에는풍물시장 주변 노지와 도로변에 2백여개의 좌판 노점상이 형성되어 순무김치, 젓갈, 건어물, 어류, 분식, 순대, 장국밥, 국수, 인삼을 넣은 막걸리 등 푸짐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이 곳 풍물시장을 중심으로 강화인삼센터와 강화토산품센터, 터미널상가 등이 인접해 있어 원스탑 샤핑(Onestop shopping)이 가능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 곳에서는 백화점, 대형마트, 편의점, 인터넷 샤핑몰에서의 바코드와 전자결제로는 느낄 수 없는 전통적인 시골장의소박하고 훈훈한 인정과 풍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물건값을 깍을 수도 있고 말만 잘하면 덤도 수북히 줍니다.
저는 이 곳 풍물시장옆 도로변 한구석에서 아침부터 해가 질 무렵까지 자동차의 매연과 먼지속에서 쪼그리고 앉아있는 어느 할머니의 검은 얼굴과 거칠고 투박한 손마디에서 옛날 몽고군에게, 청나라군에게, 서양제국의 군대에게 시달리고 유린당했던 선조 강화인들의 한을, 그러나 끝까지 굴복하지 않았던 강인함을 느낍니다. 어떤 가수는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노래하였지만, 저는 이곳 풍물시장에서 강화도보다 아름다운 강화도사람을 봅니다.
"할머니, 나중에 제가 군수가 되면 안전하고 편한 자리를 마련해 드리고 손님들도 많이 모아 올께요. 그때까지 오래오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