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추억은 완성되었다 / 황다은
지금, 그토록 눈물겹던 편지들은 내게 없다.
지난 해 이사를 앞두고 짐 정리를 하는 중에
까마득히 오래된 편지들과 다시 대면하게 되었다.
대과거형이 되어 버린 사연들을 하나하나 꺼내 읽으며,
내 물건이 아닌 남의 물건을 몰래 훔쳐보고 있는 것처럼
죄책감마저 들었다.
나는 더 이상 주인이 아니었다.
이젠 정말 떠나보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하지만 돌려보낼 곳을 모르는 나는,
가능한 한 점의 흔적도 없이
그것들을 사라지게 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몇 줌의 재로 변한 편지들은 신기하게도, 사라지지 않고
오래 전 그와 내가 같은 곳에 두고 온 기억 속으로 스며들었다.
처음부터 이 곳이 아닌 그곳에 있어야 마땅했다.
마침내 편지는 그의 것도 나의 것도 아닌, 우리의 것이 되었다.
그리고 추억은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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